송암. 2009. 6. 20. 23:57

초승달

 

 

태양은

더위에 지쳐 자취를 감춘다

슬며시 고개를 내민 반쪽 달은

미소 띤 얼굴인지?

슬픈 눈빛인지?

흔들리는 솔가지에 걸터앉아 숨을 죽인다

 

그 아래

우두커니 지켜보는 낯선 그림자 하나

어둠 속 촛불처럼 마음을 밝혀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감싸주지 않았던가?

등 뒤에 먹구름이 돌아서 비웃듯 지나간다

 

쓸쓸히 흩어져

떨어지는 뒷모습을

힘에 겨워 끌어안지 못하고

슬픈 마음은 

한줄기 빗물처럼 흘려내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내일은 

환한 미소로 대답하겠지?

멍에 낀 소처럼

듬직하게

쉼 없이

보름달처럼 미소 짓는 둥근 얼굴을 내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