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 2009. 9. 18. 22:57

상사화

 

 

소나무 그늘아래 오순도순 무리 지어

피어난 붉은 꽃

강한 비바람에 가녀린 몸은 힘없이 흔들리고

어떤 이는 누운 채 두 눈만 깜빡인다

 

고운 빛 감추려고 붉게 물들었나

고운 맘 숨기려고 찢겨 피었는가

알 수 없는 그 생각은 

꽃을 보는 눈빛도 마찬가지이다

 

평생 만나지 못할 기구한 운명을

가슴에 간직한 채 긴 꽃대만 올리고

흙에 묻힌 임을 그리며

오늘도 기다림에 고개를 들고 있나?

 

바람에 꽃대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물결이 파도치듯 꽃잎은 일렁이며

주체할 수 없는 가녀린 몸을

내리는 가을비에 모두를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