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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2023.12.07

송암. 2023. 12. 7. 21:45

해 질 무렵

 

 

해 질 무렵

무언가에 이끌려 숨 가쁘게 계단을 오른다
산은 이미 태양을 삼키고
아무 일 없는 듯
그 잔해만 붉게 퍼트린다
 
한낮의 풍경은
검붉은 수채화로 그 흔적이
빛바랜 사진처럼 흐려지고
가슴속 희미하게 남아있던 작은 기억들도
석양의 핏빛 속에 묻혀간다
 
해 질 무렵
가녀린 가을바람이 뺨을 스친다
산마루 걸터앉은 조각달은 지그시 눈을 감고
길가에 늘어진 가로수는
계절의 변화에 한 겹씩 옷을 벗는다
 
어둠이 찾아오면
아련하던 그리움이 곁에 앉는다
애써 모른 채 돌아앉아 버리지만
하얀 미소는 가을꽃 무더기처럼 피어나
가냘픈 가슴에 안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