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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때쯤..2024.02.29
송암.
2024. 3. 1. 23:15
해가 질 때쯤
쉬엄쉬엄 길을 걷던 태양은
앞산 능선 어디쯤에 걸터앉아 쉬어가듯 머물고
온갖 고통 참아내며 웅크린 몸을 추스르며 세운다
오늘 이월의 마지막 날
겨울비인지? 봄비인지?
반가움에 흐르는 마음속 환희인지?
먹구름 속에 비가 내리네
몸부림치다 이미 별이 된 늙은 삶은
뒷산 자락 어디쯤인가 누워 말이 없고
봄을 기다리던 작은 새 한 마리가 곁을 지키며 울어댄다
오늘 바람에 놀라 일어나던 날
겨울바람인지? 봄바람인지?
쫑긋 머리 밀어 세상구경 하려는데
바람이 살금살금 가지를 흔드네
기쁨에 눈물을 한 주먹 움켜쥐고
세상구경 꽃구경을 바라고 바라면서
찬 서리 찬바람을 가슴으로 안으며 길을 걸어왔다
오늘 바람에 눈물이 날리는 날
반가움의 눈물인지? 서러움의 눈물인지?
가버린 옛 일이 오래전인데
자꾸만 어제 같아 가슴속을 파고드네
작은 방 백열등 아래 웅크려 앉아서는
한세월 겨울밤을 홀로이 지새우고
정화수 한 그릇에 두 손 모아 비벼대며 삶을 바란다
오늘 겨울밤이 저물어 가는 날
지쳐버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월은 흘러지나 <나> 또한 그 계절
떠나 온 옛길이 저만치쯤 멀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