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어버린 흔적
저기는 대문
저기는 헛간 그 옆에 있었던 변소
헐어버린 집터에 앉아
감나무 아래 둥근 장독대를 그려본다
허름한 외양간의 누렁이는
꼴망태에 가득 찬 풀 한 줌 던져주면
날름 받아먹고
더 없냐는 듯 큰 눈망울을 끔뻑인다
돌담아래 잡초들은
눈 돌리면 다시 피고
허기진 배를 안고 마당으로 들어서면
태양빛은 검게 탄 얼굴에 내려 비친다
해 질 녘 앞산의 석양빛이
온 집 가득 채워지고
마루에 걸터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면
지나가던 초승달이 어린 눈을 감긴다
한 겨울 찬바람이
구멍 난 문풍지 틈사이로 밀려들고
일렁이는 댓잎소리에
여름밤을 적셔주던 작은방이 꿈을 꾼다
집 옆 밭에서 김을 메고 들어오는
어머님의 발자국 소리에
아침의 문을 열고
헐어버린 집터에서 댓돌에 앉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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