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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의**이야기/글 · 이야기

산행 길의 생각..2012.03.30

by 송암. 2012. 3. 30.

산행 길의 생각

 

 

봄의 기운이 제법 느껴지는 날씨이다

며칠만 더 있으면 어느 산이나 철쭉으로 물들어 많은 산객들을 산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요즘엔 누구나 자기의 건강관리를 위해 아침저녁으로

걷기 운동을 하거나 산행을 하는 등

건강의 관심에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듯하다

나 또한 작은 모임에서 먹고 떠들고, 의미 없이 보내는 저녁의 몇 시간 만남보다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여 근교산 산행을 계획하고 다닌 지 벌써 몇 해 정도 되었다.

 

모임 자체가 부부동반이라 산행도 당연히 부부동반이다

처음 다수는 먹거리를 챙기느라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지만 이젠 익숙해 집에서 평소 먹던 음식들을

가져와 나누어 함께 먹는다

땀 흘린 후 먹는 그 맛은 그 어느 산해진미보다 진한 꿀맛이다.

 

휴일엔 산을 다니다 보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휴일엔 가끔 산을 찾는다

이름 있는 유명한 산이나 도심 인근 가까운 산길을 가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친다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중년의 남자

가벼운 걸음으로 오르는 약간의 젊은 친구들

때로는 아이를 앞세우고 오르는 엄마 아빠의 땀방울 속에

모두가 반가운 사람으로 서로에게 인사를 나눈다 "반갑습니다" "조심해서 가십시오" 등

주고받는 인사들도 가지가지다.

 

그 속에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듯 따뜻한 정이 담겨있어 

지친 발걸음에 조금은 힘이 되어 주는 듯한다

때로는 고요한 산속에 산객의 거친 숨소리만 들리고

여름철엔 길옆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끝없이 늘어진 산길이 더욱 힘들게 하지만

푸른 바다가 조망되고, 발아래 겹겹이 쌓인 산봉우리를 바라보면

피곤함도 잠시 땀 흘린 자만의 진한 희열을 느낀다.  

 

지난겨울 친구와 둘이서 산행을 약속하고 지리산 길을 나섰다

친구이자 작장 동료로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둘만의 산행을 즐긴다.

그런데 전날 친구의 과음 탓인지 아님 당일 컨디션 탓인지 자꾸만 뒤처지더니

얼마쯤에선 뒤 돌아보아도 아예 보이질 않았다

 

쉬었다 갈까 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초행길도 아니고 정상에서 만나겠지 하는 마음에

홀로 꾸역꾸역  눈길을 걷다가

우연히 혼자 걷는 산행인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

그 분과의 대화 속에서 매서운 추위도, 피곤함도, 다리의 아픔도 잊고 산 꾼들만의 산 이야기로

정상까지 오를 때가 있었다

이처럼 산속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되는가 보다 하고 잠시의 생각에 빠진 적이 있었다

 

산길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의 여유를 가지게 하는 거 같다

어떤 이는 음악을 들으며 오르고 또한 어떤 이는 지난 일을 회상하기도 하며, 찌든 일상을 잠시나마

뒤안길에 접어두고

그들만의 갈 길을 만들어 가는 듯하다.

 

나는 혼자 산행을 가끔 하며 그냥 묵묵히 오를 때가 많다

지난 일을 회상할 때면 아쉬움과 미련에 쓴웃음도 지어보고 노래를 부르거나

어떤 때에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도 한다

아무렇게나 난 꼬불꼬불한 길이지만 그 속에 질서가 있고 정도가 있고

또한 배낭 속에 감춰진 희열과 추억 그리고 다가 올 일이 배낭의 무게만큼 담겨 있으니

산속의 오솔길은 요술 길인 듯하다

 

우리는 집에서 나오면 배낭 속에 넣어온 일상의 생각들을 산행 길 내내 하나씩 꺼내어

한 발 한 발 오르면서 수많은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어떤 날에는

몇 시간 동안 걸어도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무섭기도 하고 너무 심심해서 내가 왜 여기 왔는지? 하고 의문점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것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실증을 느낀다

가끔은 너무 많은 산객을 만나면 겨우 한 명 다닐 수 있는 길에서는 비껴서야 한다

누구나 힘들어하는 시간엔 그것 또한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대부분이 조금씩 비껴 나지만 어떤 이는 당연히 제 갈 길인 듯 가운데로 걷는다

 

이른 봄 즐기려 떠난 산행 길에 조금의 여유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하루의 피곤함을 조금쯤 만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포근한 봄비 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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