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언덕에 부는 바람
계절을 밀어내는 바람 길에
뒷산자락 언덕배기 올라앉아
마을 들판 바라보니
어제인 듯 지난날이 골목길에 서성인다
굽었던 논두렁은 곱게 펴서 놓여있고
제(祭) 지내던 당산나무
혹을 달고 늙어가네
가로지른 차가운 철탑이 일렁이며
물장구치던 개울은
풀숲에 가려 속내를 알 수 없고
발아래 텃밭에서
허리 굽혀 이랑 메던 사람들은
그곳에 주저앉아
한 줌 흙무더기 덮고 누워있네
한동안 멍하니 옛 생각 헤아리니
지나가는 바람이 흰머리를 날리고
시간은
감춰둔 검은 고무신을 신고 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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