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텃밭
푸르른 잎들이 찬바람에 숨을 죽인다
봄날 파릇파릇 돋아났던
연둣빛 고운 잎들은
누우런 빛깔로 탈바꿈하며 움츠린다
앵두나무속 벌레 먹은 잎은
퇴색되어 달려있고
이미 떨어진 갈색 잎은
잡초를 이불 삼아 흙속에 묻혀간다
널어진 호박 줄기 끝에
늦게 달린 꼬마는 성장을 멈췄는지
며칠째 그대로 달려있고
익다만 불그스름한 고추도 여기저기 달려있다
무성하던 고구마 넝쿨은
엉금엉금 온 밭을 기어 다니다
더 이상 갈 힘이 없는 듯
넝쿨 끝 줄기는 고개만 숙이고 있다
상추밭 채소들은 시들시들하고
잡초들은 힘을 내여 올라온다
마늘과 양파 심을 이랑을 만들며
우두커니 뒤돌아 밭고랑을 돌아본다
며칠 전 한여름 더위였는데
언제부터 차가운 바람결을 느끼며
푸르름이 가득하던 작은 텃밭에도
계절은 어김없이 변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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