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를 나오며
한 올 한 올
몸에서 떨어진다
내려앉은 한 가닥은 바닥에 웅크리고
빠른 손놀림에 또 한 가닥이 포개진다
째깍째깍
가위질 소리 귓가에서 맴돌고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 위를 데울 때면
아직 남은 것들은 힘없이 흔들린다
잘려나간
작은 몸을 바닥에 팽개치고
엉클어진 머리를 샴푸로 감으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움을 느낀다
손가락 사이로
짧아진 가락을 가다듬고
문을 열고 나서면서 문득
효경(孝經)의 "身體髮膚受之父母"를 떠올린다
'3. 나의**이야기 > 글 ·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상(妄想)..2023.12.13 (0) | 2023.12.13 |
---|---|
해 질 무렵..2023.12.07 (0) | 2023.12.07 |
바람이 계절을 몰고 온다..2023.11.22 (0) | 2023.11.22 |
빈 공간..2023.11.17 (2) | 2023.11.17 |
비 내린 뒤 가을 밤길..2023.11.13 (0) | 2023.11.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