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뒤 가을 밤길
바람이
길에 앉은 낙엽을 이리저리 내몰다가
구석으로 처박고는 달아난다
어제 내린 빗물에 갇힌 잎들은
찬바람에 오들오들 몸서리를 치고
서로를 부둥켜안고는 잠잠하다
어둠이 짙어 표정은 알 수 없지만
평온한 미소에
서로의 따뜻한 체온으로 감싸 안는다
가을이 깊어 겨울이 온 듯한데
마음은 저 먼 붉은 산에 놀고 있고
발길은 어둠이 젖은 밤길을 걷는다
거리를 돌고 돌아 불빛에 다가서면
아직도 모여 앉은 갈색의 잎들은
무어라 속삭이며 발길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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