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비가 오면 생각은 무겁게 빗속을 내달린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마음은 몰라도
발길은 저절로 아무 데나 내딛는다
떨어지는 빗방울은
치켜든 우산 위로
뚝 뚝 소리 내어 내려앉고
마음속 생각들은 침묵 속에 꼭 꼭 쌓인다
엉클어진 마음과
비틀거리는 발을 부여안고
가로수를 의지하여 비를 피하면
저 먼 추억의 그림자가 슬쩍 다가와
고요하던 마음을
뒤죽박죽 흔들고는
어디로 가라는 듯
슬쩍 곁눈질로 재촉한다
비가 오면 발길은 빗방울과 삶이 된다
혼자는 좀 외로워
그와 같이 나서면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 또한 친구 되고
어둠이 슬금슬금 기어들면
망가진 우산을 팽개치고
건물 속 틈바구니에서
온종일 피곤해진 몸을 부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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