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계단에 서서
입술 가득 빗물을 품고
잠을 자듯 움직임 없이 앉았더니
이제 막 일렁이는 소리 없는 바람에
부스스 일어나 뚝 떨어진다
멋 부리며 피어났던 꽃잎들은
계단 모퉁이서 쉼을 취하는지 누워 말이 없고
오르는 사람 내뱉는 숨소리에
또 한 계절이 빗물에 쓸려간다
세상은 빗소리에 젖어있고
피어난 새 잎은 가을을 바라는데
햇살은 어둠에 갇혀있어
깊은 밤하늘의 별빛도 잠들 것 같다
어스름이 어둠이 물결치고
숲 속 가득 안개가 물밀듯 들어오면
멈춰버린 계단에서
오를 길을 생각하고 짧은 숨을 내밀어 본다
내려 선 길에 여운을 남겨두고
초록빛 가지 끝 대로대롱 달려있던
하얀 은방울만
초롱초롱 뭉쳐 세월 속으로 스며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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