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 나의**이야기/글 · 이야기

그루터기..2024.05.13

by 송암. 2024. 5. 13.

그루터기
 
 
지난날 푸르름에 빈속을 몰랐고
모진 바람 맞아가며 그늘막이 되었는데
곁에 선 나뭇잎이 빈가지 쳐다보고
자기도 늙어가니 언젠가는 내려놓고 말 것 같다
 
검은 속내를 어둠 속에 숨기고
세상의 부끄러움을 가슴으로 삼켰는데
그루터기 곁에 누운 둥지는 묵묵하고
빛바랜 나뭇잎이 몸뚱이 사이로 슬며시 파고든다
 
속을 비운 채 한세월을 참아내고
이제껏 견디며 살아온 삶인데
메마른 작은 가지 뿔뿔이 흩어지고
끊어질 듯 생명줄을 움켜쥐며 바람에 일어선다
 
텅 빈 공간 위로 빗물 들어 시려오고
눈 내리면 차가움에 아려움도 참았는데
인내로 살아오던 그 고통 회상하고
잘린 둥지 곁에 두고 체념하듯 세월을 노래한다
 
 

댓글


img[src*="new_ico_1"]{filter: sepia(100%) hue-rotate(-45deg) saturate(1000%) contrast(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