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뒤안길
봄 햇살 내려앉은 감나무 가지 끝에
잠에서 깨어난 작은 새 한 마리가
무어라 얘기하며 획 날아가고
마루에 걸터앉아 지난 일을 깨운다
비 맞은 여름 추억들은
마당가에 핀 꽃잎처럼 고왔는데
빗줄기 뒤에 숨어 스멀스멀 멀어지니
처마 끝 빗소리에 옛길이나 걸어볼까?
아직 붉지 못한 가을 잎 하나가
가지 끝 어디에 위태롭게 매달려
흔들리는 초록빛 지난 일을
아쉬워 움켜쥐고 떨어질 줄 모른다
바람이 같이 걷는 겨울 길에
옷깃 틈새를 파고들려 하는데
아름답던 추억이 주인처럼 자리 잡아
마음은 채울 공간 없어 비켜주질 않는다
시계는 어김없이 둥근 원을 그리고
발길은 오늘도 그 자릴 맴도는데
계절품에 감춰둔 추억더미 속에서
하나를 꺼내어 어디론가 날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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