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태양은
더위에 지쳐 자취를 감춘다
슬며시 고개를 내민 반쪽 달은
미소 띤 얼굴인지?
슬픈 눈빛인지?
흔들리는 솔가지에 걸터앉아 숨을 죽인다
그 아래
우두커니 지켜보는 낯선 그림자 하나
어둠 속 촛불처럼 마음을 밝혀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감싸주지 않았던가?
등 뒤에 먹구름이 돌아서 비웃듯 지나간다
쓸쓸히 흩어져
떨어지는 뒷모습을
힘에 겨워 끌어안지 못하고
슬픈 마음은
한줄기 빗물처럼 흘려내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내일은
환한 미소로 대답하겠지?
멍에 낀 소처럼
듬직하게
쉼 없이
보름달처럼 미소 짓는 둥근 얼굴을 내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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