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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의**이야기/글 · 이야기

바람에 날린 삶..2023.07.08

by 송암. 2023. 7. 8.

바람에 날린 삶

 

 

바람이 벗 삼아 비와 같이 거닐면

며칠 전 곱게 핀

담벼락의 능소화는

어젯밤 무슨 일에

옹기종기 내려앉아

씻겨진 흙바닥에 제자릴 지킨다

 

구름이 떨쳐낸 이 비가 걷히면 

언제나 그들은

모퉁이 자리차지

주인의 빗자루에

한구석에 밀리지만

아직은 제자리인 듯 앉아 숨을 쉰다

 

햇빛과 동무되어 열흘을 못 견디고

장맛비와 함께 온

바람의 부채질에

흔들리는 잎들만을

고이 남겨두고는

그 아래 말없이 발길 곁에 멈춘다

 

두 눈 부릅뜨고 애처로이 바라보며

멈칫 발걸음을

크게 한번 옮기고는

행여나 밟을까 봐

세월을 뛰어넘고

장맛비 소리에 미소 짓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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