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 길
갈색 나뭇잎은
가을을 안으려 바람결에 팔 벌리고
태양은 아직
여름을 포옹한 채 온 거리를 데운다
챙 모자 눌러쓰고 성곽 길 거닐면
길고양이 앞서 걷다 익숙한 길 달아나고
지난 계절
울부짖던 참매미는 고목 뒤로 숨었는지
잘려나간 풀숲에 찌르레기만 목이 쉰다
이마에 내리는 땀방울 사이로
더운 햇살 들어와 작은 눈 찡그리며
급히 그늘 길 접어들어 한숨 내뱉고는
구석에 주저앉은 낙엽 바라보니
머지않아 계절은 춤을 출 것 같다
초저녁 거리는 한가롭고
줄지어 밝혀지는 가로등 아래서
몸에 찌든 땀 냄새를 맡으며
어둑어둑 포장길 내려와 등(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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