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치면
문턱에 기대어 앉았던 바람이
서성이듯 움찔거리며 뒷마당 구석으로
몸을 숨긴다
먹구름 하늘의 봄비에 쫓겨나
며칠간 꼼짝없이 움츠려
빛바랜 풀잎에 기대어 숨 죽어야 하나
작은 비는 소리 없이 내려와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어젯밤 아우성치던 꽃눈들은
어리둥절 몸살이며 반쯤 열린 입술로
단 내음을 먹고 토한다
간신히 문틈으로 스며든 바람은
코끝을 후비듯 간질거리고
떨어지는 빗방울에 마음을 놓는다
기나긴 오늘이 지나면
가지에 붙어 앉은 작은 눈망울은
아름다운 세상을 즐기며 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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