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의**이야기/글 · 이야기196 침(針)...2024.06.21 침(針) 호미질 손놀림에뭉쳐버린 팔을 안고아침을 열어놓은 거리로 들어서니담벼락 능소화가 고운 인사 미소 짓네 그늘진 길 한참 걸어침대에 몸 눕히고하얀 천장 허공을 멍하게 바라보니어제 일과 오늘 일이 함께 와서 일렁인다 눈을 감고 잠을 자려청하여 보고움직일 수 없는 몸을 흔들어보니세상일은 생각대로 되려 하질 않네 가뿐해진 팔다리를오던 길에 놓고시끄러운 골목길을 무던히 빠져나오니움츠렸던 마음은 큰길로 접어든다 2024. 6. 21. 병원 가는 길..2024.06.13 병원 가는 길 두 눈 부릅뜨고 괴성 지르며내 달리는 의자에 마음 앉히니감춰둔 지난 일이 바퀴에서 튀어나와고요하던 생각을 뒤죽박죽 섞어낸다 눈을 감고 잊으려 애써 외면해도어지럽게 스치는 건너편 불빛처럼눈부심에 어쩔 줄 몰라하며 우왕좌왕 흔들리는 몸을 잠자 듯 기댄다 멍청하게 달려온 어둠 속의 시간들은벌써 다 써버려 어제로 가버리고지금 하루 이곳에서 보내야 한다기에마음은 이미 뒤로 숨어 떨고 있다 한낮은 태양은 창밖에서 서성이고헐떡이던 숨소리가 잠잠해 지려하면치 닿는 바퀴소리 고운 음률 들려주니마음을 가다듬고 석양빛을 바라본다 마지막 진료 모든 검사를 일찍 마치고 교수님과의 상담을 기다리는 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 이것저것 결과를 듣고 나서"예약"이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교수님은 "내년엔 거주지 인.. 2024. 6. 13. 홀로 된 늙은 삶..2024.05.30 홀로 된 늙은 삶 뭉툭하게 잘려나간 흔적 사이로작은 가지 돋아나 새 잎 하나 품고 있네 늙은 삶도 힘겨운데안녕(安寧)과 풍년(豐年)을 기원하니시원한 바람이나 몰고 와 풍성하게 웃어볼까? 지난해 떨어진 잔가지들은드러난 발등에 고이 앉았으나스쳐가는 빗자루에 모퉁이로 밀려나고 큰 돌 짓누르는 아픔의 고통에도곁에 앉은 생(生)은 흥겨운 장단에 춤추며 기쁨을 맞이한다 먼 훗날베풂의 미덕(美德)을 그늘아래 남겨두고 계절의 흐름에 갈색 잎을 날리며찬바람 불어옴에 발만 동동거리다이제껏 살아온 늙은 삶을 회상(回想)한다 2024. 5. 30. 찻집에 앉아..2024.05.23 찻집에 앉아 내리던 비가 그치고어둠이 거리를 품고 앉을 때찻집에 홀로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들려오는 기계음과 미끄러져 내 달리는바퀴의 소음뿐세상은 깊은 꿈을 꾸려한다 지나간 일상을 커피 잔에 채워 넣고가슴으로 삼키며무엇을 떠 올리듯 애쓰려 하지만·· 눈앞에 스치다 머물고 찐한 커피처럼 스르르 녹아입속에 향기만 남겨놓고 퍼져간다 건물 안에 불빛들은 어둠 속에 깨어나 짙게 발하고빈 가지 흔들림에 바람일 듯 보이며 입속의 향기를 마음으로 삼키고떨어진 가로수 잎 따라젖은 길을 사뿐사뿐 걸어간다 2024. 5. 23. 그루터기..2024.05.13 그루터기 지난날 푸르름에 빈속을 몰랐고모진 바람 맞아가며 그늘막이 되었는데곁에 선 나뭇잎이 빈가지 쳐다보고자기도 늙어가니 언젠가는 내려놓고 말 것 같다 검은 속내를 어둠 속에 숨기고세상의 부끄러움을 가슴으로 삼켰는데그루터기 곁에 누운 둥지는 묵묵하고빛바랜 나뭇잎이 몸뚱이 사이로 슬며시 파고든다 속을 비운 채 한세월을 참아내고이제껏 견디며 살아온 삶인데메마른 작은 가지 뿔뿔이 흩어지고끊어질 듯 생명줄을 움켜쥐며 바람에 일어선다 텅 빈 공간 위로 빗물 들어 시려오고눈 내리면 차가움에 아려움도 참았는데인내로 살아오던 그 고통 회상하고잘린 둥지 곁에 두고 체념하듯 세월을 노래한다 2024. 5. 13. 멈춰버린 계단에 서서..2024.05.06 멈춰버린 계단에 서서 입술 가득 빗물을 품고잠을 자듯 움직임 없이 앉았더니이제 막 일렁이는 소리 없는 바람에부스스 일어나 뚝 떨어진다 멋 부리며 피어났던 꽃잎들은계단 모퉁이서 쉼을 취하는지 누워 말이 없고오르는 사람 내뱉는 숨소리에또 한 계절이 빗물에 쓸려간다 세상은 빗소리에 젖어있고피어난 새 잎은 가을을 바라는데햇살은 어둠에 갇혀있어깊은 밤하늘의 별빛도 잠들 것 같다 어스름이 어둠이 물결치고숲 속 가득 안개가 물밀듯 들어오면멈춰버린 계단에서오를 길을 생각하고 짧은 숨을 내밀어 본다 내려 선 길에 여운을 남겨두고초록빛 가지 끝 대로대롱 달려있던 하얀 은방울만초롱초롱 뭉쳐 세월 속으로 스며들려 한다 2024. 5. 6. 봄의 소랫소리..2024.04.24 봄의 노랫소리 검은 움막 쉼터에서 한 계절 보내더니세상의 부름에 연초록빛을 드려내고뭉툭하던 빈 가지는 하늘을 포옹하며 옅은 손을 흔든다 묵은 옷을 팽개친 가벼운 사람들은마중 가듯 발길을 바삐 재촉하고작은 새 한 마리가 짝을 찾는 소리에 계절의 요란함이 또 이렇게 시작된다 헐벗은 의자에 몸을 앉히고펼쳐진 고목아래 깊은숨을 내밀면바람결에 일렁이는 연둣빛 속삭임에 귀를 쫑긋 세운다 향기 담은 봄바람에 살며시 눈을 감고풀숲에 자리 잡은 꽃잎을 바라보면이제 막 다가온 봄의 소리가흥겨운 노래되어 바람 타고 흐른다 2024. 4. 24. 떨어져 내려앉은 꽃잎..2024.04.17. 떨어져 내려앉은 꽃잎 바람에 떨어진 꽃잎을 바라보면"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인생무상(人生無常)" 이라던가! 한동안 화려하게 온 세상 밝히더니나뒹굴다 흔적 없이 사라질힘없는 삶일 줄이야 짓밟히고 부서져 형체조차 알 수 없고일그러져 앉은 모습 애처롭게 바라보니 그래도 아쉬움에 또다시 돌아보면아직은 긴 여운 남아바람결에 나풀나풀 춤을 춘다 저기 우산 속 발길아래 꽃잎하나이제 누군가의 발길아래 파고들고 따스한 눈초리를 한 몸에 받았으니흙의 포근함에 묻혀계절의 품에 안겨 고운 미소 밝히려나 2024. 4. 17. 꽃의 삶..2024.04.09 꽃의 삶 어제는 비바람에 숨죽이며 앉았더니오늘 낮엔고운 햇살 맑은 빛에 긴 몸을 일으키고 오고 가는 발길 곁에 다소곳이 고개 들어노란 얼굴 내밀며세상구경 사람구경 짧은 세월 맞이한다 따라나선 강아지가 제 눈엔 신기한 듯 곁에 가서입 맞추려다 주인의 부름에 되돌아서고 어디서 숨었다가 얼굴을 내미는지곱게 차려입고지나가는 발길마다 미소 주며 반기는가? 지친 한 잎은 갓 길 공간에서 나뒹굴며시간의 순간에누구를 탓하는 듯 흐릿하게 잊혀가고 바람에 날리어 발길에 짓밟혀서그 삶이한 계절의 기억 속에 묻혀 사라져 간다 2024. 4. 9. 이전 1 2 3 4 5 6 7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