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의**이야기/글 · 이야기196 빈자리에 놓인 그림..2025.01.04 빈자리에 놓인 그림 찬바람 일렁이는 옅은 불빛아래 지난 얘기 나누는지귀 기울여 엿들어도알 수 없는 그들만의 찐한 색채들 한 아름 웃음 지며세상일을 칠하고는살며시 등을 돌려 밖의 풍경 그려낸다길 건너 옹벽아래멀어져간 그림자를화선지 밖의 그림으로 상상하고텅 빈 의자 바라보며생각 없이 앉았으니벌써 밀려드는 검은 물결 창 밖에 그려지네 주인 앉던 자리에는계절이 바뀌고두고 떠난 이야기는 빈자리서 채색된다 2025. 1. 4. 헐어버린 흔적..2024.12.12 헐어버린 흔적 저기는 대문저기는 헛간 그 옆에 있었던 변소헐어버린 집터에 앉아 감나무 아래 둥근 장독대를 그려본다허름한 외양간의 누렁이는꼴망태에 가득 찬 풀 한 줌 던져주면날름 받아먹고더 없냐는 듯 큰 눈망울을 끔뻑인다 돌담아래 잡초들은 눈 돌리면 다시 피고허기진 배를 안고 마당으로 들어서면태양빛은 검게 탄 얼굴에 내려 비친다 해 질 녘 앞산의 석양빛이온 집 가득 채워지고마루에 걸터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면지나가던 초승달이 어린 눈을 감긴다 한 겨울 찬바람이구멍 난 문풍지 틈사이로 밀려들고일렁이는 댓잎소리에여름밤을 적셔주던 작은방이 꿈을 꾼다 집 옆 밭에서 김을 메고 들어오는어머님의 발자국 소리에아침의 문을 열고헐어버린 집터에서 댓돌에 앉아본다 2024. 12. 12. 가을 길에..2024.12.03 가을 길에 지난 계절 무던히 푸르던 잎들은 낙엽 되어 저만치서 앉아 쉬고바스락바스락 울림이 귓가를 스치면그 옛날 속삭임이 채색되어 나부낀다바람에 흔들리는 먼 기억들은 가지 끝 어딘가에 멈춰미소 띤 얼굴로 허공을 밝히고벌레 먹은 나뭇잎 조각은 풀숲에 잠이 든다석양빛에 붉음인지 가을빛에 노랑인지자기만의 색채를 온몸에 휘두르고계절을 포옹하니크게 뜬 두 눈은 어지러움에 주저앉고 만다바람이 일어나 생각을 흔들고떨어진 나뭇잎이 갈팡질팡 거리면발길은 이리저리 가을 길을 밟는다 2024. 12. 3. 계절사이..2024.11.13 계절사이 하늘이 깔아놓은 솜털 이불 덮고바람이 익혀놓은 단맛을 맡으면어느새 낙엽들이 발아래서 꿈을꾼다 고목아래 드려 누운 구멍 난 나뭇잎은스치는 바람에 지친 몸을 흔들고떨구지 못한 가지는 어쩔 줄 몰라한다언덕배기 비스듬히 굽은 고목은삶이 힘겨운 듯 옆 가지 움켜쥐고 낑낑대며 무거운 옷을 털려 하고가을이 저만치서 잡은 손 뿌리치며바람이 빈가지를 안으려 할 때가던 길 멈춰 서 맺힌 이슬 바라본다 2024. 11. 13. 달의 기다림..2024.11.04 달의 기다림 노을빛 바라보다눈 돌려동쪽하늘 쳐다보니 반쪽 된 달님이 마중 온 듯 돋아있고어스름한 어둠이곁에 와발아래 얽혀 앉아밝혀지는 가로등이 가는 길 알리네하늘은 어둑어둑자꾸만덧칠하듯 검은 물감 휘두르니세상은 고요함에 숨소리도 멈춰 뱉고달님은 어디 있나살며시창문 열어 하늘 보니기다림에 저만치서 아직도 그 자리네 2024. 11. 4. 가을의 소리 2024.10.28 가을의 소리 은행잎은 처음부터 노란 옷이 아니었다비와 햇빛그리고 시간의 지나침에 익어 숨을 쉰다 바람이 건들 먹여 풀숲에 업히면스치는 눈 부심에아낌없이 노란 미소로 반기고빗소리에 길거리 모퉁이 처박히면비켜 걷는 발길에짓누르는 아픔도 고이 받아들인다 오늘도 숲과 거리에서 살아 숨을 뱉는다아마 누군가를 기다림에이미 지쳐있는지도 모른다 길바닥에 내동댕이쳐 널브러진 은행잎밟아야 할지그냥 모른 체 스쳐 지나쳐야 할지순간의 망설임에살며시 발을 올려 삶의 노랠 불려본다 아!가을의 소리가발아래서 굼틀거리며 헤어나지 못한다 2024. 10. 28. 홀로 걷던 호숫가 숲길..2024.10.19 홀로 걷던 호숫가 숲길 어둠이 검게 타면 창밖 불빛 스며들고몸은 뒤척이나 눈빛향기 꽃망울처럼 피어난다 눈 감으면 잡스러운 생각들은 둥근 달빛 들어 방안 가득 채워진 공간에서 날뛰고 어제인지 오늘인지시계 방울추만 여지없이 오고 간다 지쳐버린 어둠은 둥근달 에워싸고얇게 떤 눈망울은 장님 되어 더듬더듬 갈 길을 헤아리니 새벽녘 닭의 홰치는 소리에 눈을 떠 앉아보니 어젯밤 홀로 걷던 호숫가 숲길이 그려진다 2024. 10. 19. 유리벽 물방울..2024.10.10 유리벽 물방울 비가 내리는 창가에 멍하니 앉아국숫발 뿜어내듯 떨어지는 줄기를 세어본다하나·둘셀 수 없이 수 천, 수 만개가줄지어 함께 뭉쳐 물길 되어 흘려간다 유리벽에 묻은 물방울 조각은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방황하며 갇혀 나가지 못하는 마음처럼 굳어있다 조금은 잔잔한 밖의 풍경에우산을 펼치고는 빗줄기를 원망하듯 짓밟고 나서니하얗게 씻긴 애꿎은 운동화만 젖고 만다 마음은 빗소리에 고요하나뒤죽박죽 나뒹굴던 나뭇잎들은 물길에 쓸려 구석진 자리에서 서러움을 삼킨다 2024. 10. 10. 새끼 고양이..2024.10.03 새끼 고양이 평소 다니지 않던 길을 지름길이라 싶어 건물사이 빈 공터를 걷는데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다. 풀숲 어딘가서 나타난 것 같은데멈춰 서니 다가와 신발 위로 올라선다 가끔은 강아지와 고양이의 간식을 가지고 다니는데오늘은 네게 줄 게 아무것도 없네행여나 찻길로 나갈까 봐 구석진 풀숲으로 옮겨 놓으니 또다시 나와서는 신발 위로 올라선다난 가야 하는데 이럴 어쩌지다시 또 풀숲으로 옮겨 놓으니 그래도 나와서는 몇 발자국 걷는 나를 따라와 멈춰 울부짖는다 큰길로 나오면서 몇 번을 뒤돌아 보니 아직도 그 자리에 앉아있다어미가 어디선가 보고 있는 녀석인지? 아님 어미 잃은 녀석인지?애처로운 생각에 하루 종일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와 우두커니 공터에 앉.. 2024. 10. 3. 이전 1 2 3 4 5 ··· 22 다음